최근 충남도청이 중국 양샹그룹의 'AI 돼지빌딩' 기술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양샹그룹은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 기술을 활용해 기존 농장 면적의 약 10% 수준으로 부지를 줄이면서도 노동 효율성은 10배 이상 높인 양돈빌딩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시설은 사육부터 도축, 가공까지 전 과정이 원스톱으로 이루어지며, 외부와 완벽히 차단된 환경에서 전염병과 악취 문제를 해결한 '최첨단 미래형 돈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충남도청 역시 농업과 농촌 구조를 개혁하기 위한 '스마트 축산복합단지' 구축의 일환으로 AI 돼지빌딩 도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동물 보호 단체들은 이러한 시설이 동물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파트형 자동화 양돈 시설은 과연 단체들이 주장하듯 동물권을 무시한 채 오직 '돼지고기 가격 인하'만을 위해 만들어진 문제투성이의 시설일까요?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또 생명과학을 공부했던 경험을 가진 입장에서, 이 논란에 몇 가지 생각을 덧붙이고자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파트형 자동화 양돈 시설은 경제·기술·사회 전반에서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 대량 사육으로 돼지고기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이 내려가 소비자 후생이 증진되고, 특히 저소득층도 값싼 단백질을 더 쉽게 섭취할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자동화된 현대식 축사는 위생 관리와 환경 기술을 통해 전통 축사의 단점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질병 확산과 오염 위험을 줄여 동물 복지를 더 향상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소비 인구 증가에 대비한 식량 안보 확보와 지속가능한 축산을 위해 이러한 첨단 양돈 시설이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돼지의 대량생산은 돼지고기 가격 하락을 이끌어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이익을 줍니다. 특히 생활형편이 어려운 계층일수록 식품 가격에 민감한데, 실제 사례로 2007년 중국에서 돼지고기 값이 급등하자 저소득층의 육류 소비가 크게 감소한 바 있습니다. 고기 값 상승이 취약계층의 단백질 섭취를 제한한다는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이에 반대로 공급 확대를 통해 가격을 안정시킨다면 저소득층의 영양 섭취 기회도 늘리고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직접적인 이익을 줌을 시사합니다. 비교적 가격이 비싼 소고기에 비해 돼지고기는 “고품질 단백질을 저렴한 비용에 제공하는 식품”으로, 가성비가 좋은 효율적인 단백질 공급원들 중 하나입니다. 물론 과용하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돼지고기를 포함한 식단은 하루 섭취 필요량 단백질 기준을 충족하면서도 식비를 낮출 수 있다고 합니다. 이에, 대규모 양돈으로 돼지고기 가격이 내려가면 전반적인 국민 영양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양돈산업의 성장은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합니다. 돼지 사육부터 도축·가공에 이르는 산업은 사료 공급, 물류, 유통 등 연관 부문으로 파급 효과를 낳게 되는데, 축산을 대규모로 하는 미국의 경우 돼지고기 생산 및 가공 전반이 6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지원하고 약 570억 달러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분석된 바가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지역 단위 사례를 보면, 제주도의 양돈산업은 사료, 도축, 축산물 가공, 동물약품 등 관련 산업을 포함해 약 3천여 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총 9141억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내는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이처럼 현대식 대규모 양돈은 지역 주민에게 일자리와 소득을 제공하고, 부가산업을 육성하여 지역 경제 기반을 탄탄히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 AI 돼지빌딩을 도입하려 하는 충청남도는 2024년 말 기준 약 230만 5천 마리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돼지를 사육하는 지역입니다.
생명과학 및 축산기술 측면에서도, 아파트형 자동화 축사는 전통적인 축사보다 위생적이고 질병 관리에 유리합니다. 한 장소에 많은 돼지를 사육하면 질병이 빠르게 번질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밀집 사육 시설에서도 문제를 오히려 더 명확히 파악하여 대응하기 쉬운 환경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첨단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중국의 26층 양돈 타워 사례를 보면, 중앙 통제실에서 24시간 돼지 개체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온도·습도·유해가스 농도를 제어하며, 건물 내 각 층마다 별도의 사육 구역을 운영하면서 위생 검역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모든 건물에는 검역 모듈이 갖춰져 질병 발생을 훨씬 신속하고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게 되었는데, 높은 수준의 보안과 지능형 모니터링은 돼지열병 등의 질병 확산 위험을 낮추고 전체 사육군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습니다.
환경 측면에서도 최신 기술의 적용으로 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현대식 자동화 축사는 분뇨 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에너지로 재활용하는 등 친환경 설비를 갖추고 있는데, 양샹그룹의 돼지빌딩은 돼지의 분뇨를 바이오가스 처리하여 전기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메탄가스와 악취를 발생시키는 폐기물을 축사를 가동하기 위한 에너지로 전환하고 있어, 전통적인 축사의 분뇨 방치에 따른 악취나 메탄가스 배출을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 동물 복지 차원에서도 자동화 양돈은 돼지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정교한 센서와 급이 시스템을 통해 개체별 상태에 맞춘 맞춤형 사료 공급이 이루어지기에 각 돼지가 성장 단계와 체중, 건강 상태에 따라 최적의 영양을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인공지능과 카메라를 통한 모니터링으로 돼지 한 마리 한 마리의 움직임과 행동 변화를 실시간 관찰하여, 다리를 절거나 병해를 입어 움직이지 않는 등 이상 행동이 감지되면 즉시 관리자가 통보받아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습니다. 이런 자동화 관리 하에서는 급·배수, 환기, 온도 조절이 모두 컴퓨터 제어로 이루어져 돼지들에게 항상 쾌적한 사육환경이 제공됩니다. 양샹그룹의 돼지빌딩 역시, 축사 내 공기질, 온습도 등을 자동 측정·조절함으로써 돼지들의 건강과 복지를 한층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는데, 자동화된 첨단 축사는 사람이 일일이 관리하는 전통 축사보다 사료 급여나 환경 조건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므로 돼지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복지 수준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사회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인구 증가 시대의 식량 안보와 지속가능한 축산을 위해 대량 사육 시스템의 도입은 중요한 선택지입니다. 한국은 저출산 등으로 인해 인구가 감소한다고는 하지만, 전 지구적으로는 상승세이기에 2050년경 세계 인구는 100억 명을 넘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고, 이를 먹여 살리려면 현재보다 식량 생산을 약 70% 늘려야 한다는 전망이 있습니다. 그중, 단백질 공급원인 육류 생산량은 비교적 단기인 2030년 기준으로만 봐도 3억 7300만 톤에 달해야 한다는 FAO의 분석도 있습니다. 이러한 엄청난 수요를 감당하려면 한정된 토지에서 효율적으로 단백질을 생산하는 집약적 축산 방식이 불가피한데, 돼지고기는 단위 단백질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소고기 등에 비해 훨씬 낮아 환경 부담이 덜한 편이며, 사육에 따른 사료-고기 전환 효율도 높아 대량 사육에 적합합니다.
따라서 여러 통계와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아파트형 자동화 양돈 시설은 소비자와 지역사회 모두에게 실질적 혜택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또한 위생 관리와 환경 문제를 첨단 기술로 효과적으로 개선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식량 안보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입니다. 경제적·사회적·과학기술적·환경적 관점뿐만 아니라 동물 복지 측면에서도, 아파트형 양돈 축사는 현재의 부정적인 인식과 달리 지속가능한 축산 발전을 위한 현실적이고 필수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참고 문헌 및 출처
- 뉴스1 - 충남도, 중국 'AI 돼지빌딩' 기술 도입… 구제역·악취 없어
- Outlier - Introduction to Demand And Supply
- Outlier - Predicting Changes in Equilibrium Price and Quantity
- Nutrivore - Pork Loin Nutrients
- 한돈 통계 - 돼지농장 1년 사이 161호 감소....충남 1천 호 붕괴
- China turns to high-rise solution to maintain world’s most voracious pork market
- 제주일보 - 제주산 돼지 적정 사육규모...경제 성장 vs 환경 보호 '이견'
- Pigprogress - Pig Health
- 「OECD-FAO 농업전망 2021-2030: 육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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