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무진한 형태의 컨버터블

지붕을 열 수 있는 스포츠카, 즉 컨버터블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형태가 존재합니다. 천으로 만든 소프트탑부터 금속 지붕을 접는 하드톱, 일부만 열리는 타르가 등 방식과 디자인이 무척 다채롭습니다. 덕분에 자동차 제조사들은 여러 창의적인 오픈카를 선보여 왔고, 스포츠카 모델이 있는 브랜드라면 거의 모두 컨버터블 모델을 내놓을 정도로 종류가 많습니다. 클래식 로드스터의 낭만부터 최신식 전동 지붕의 편의성까지, 컨버터블의 세계는 끝없이 진화하며 자동차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데, 이 글에서는 대표적인 9가지의 컨버터블 타입을 소개하겠습니다.

[1] BMW Z4 컨버터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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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물 지붕을 접는 형태의 소프트탑 컨버터블 (Soft Top)
소프트탑 컨버터블은 유연한 직물이나 비닐 소재의 지붕을 사용하는 전통적인 오픈카 형식입니다. 과거 대부분의 컨버터블이 이러한 방수 천장으로 만들어졌으며, 지붕을 닫았을 때 밀폐성이 낮아 주행풍 소음이 크거나 심지어 비가 샐 우려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마쯔다 MX-5 미아타나 재규어 E-Type 로드스터 등 스포츠카들이 모두 접이식 소프트탑을 장착했습니다. 최근에는 소재와 설계 기술 발전으로 소프트탑의 내구성과 차폐성이 크게 향상되어, 하드탑 못지않게 쾌적한 주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2] 마쯔다 MX5 미아타 소프트탑

금속 지붕을 접는 형태의 하드탑 컨버터블 (Hard Top)
하드탑 컨버터블은 차체와 동일한 금속 재질의 지붕을 접어 넣는 방식으로, 폐쇄 시 일반 쿠페처럼 단단한 지붕을 갖추는 것이 특징입니다. 1996년 메르세데스-벤츠 SLK가 전동식 하드탑 컨버터블을 양산차에 도입하기 전까지는 대부분의 오픈카 지붕이 직물 소재였습니다. 하드탑은 소프트탑 대비 주행 시 정숙성과 단열에 유리하지만, 지붕 설계가 비교적 정교하고 복잡하여 무게 증가와 구조 설계상의 어려움이 따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라리 캘리포니아처럼 성능과 편의를 겸비한 모델들이 하드탑을 사용하며, 버튼 하나로 지붕이 깔끔하게 접히는 모습은 많은 운전자들의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3] 페라리 캘리포니아 하드탑

일부 지붕만 개방하는 타르가 탑 (Targa Top)
타르가 탑은 차량의 일부 지붕 패널만 탈착하여 개방감을 주는 형태로, 완전한 컨버터블보다는 측면 구조를 남겨 차체 강성을 확보했습니다. 포르쉐 911 타르가에서 유래한 이 방식은 앞좌석 위 지붕만 떼어내고 롤바 겸용의 뒷기둥을 남기는 디자인이 특징이며, 1970년대 미국에서는 컨버터블이 안전 규제로 자취를 감추자 머슬카들에 이러한 반개방식 루프가 대안으로 각광받기도 했습니다. 차체 강성을 유지하면서도 오픈 주행의 해방감을 제공하는 타르가 탑은 이후 여러 스포츠카에 두루 활용되어, 컨버터블 디자인의 한 갈래로 확고히 자리 잡았습니다.

[4] 포르쉐 911 타르가 4S

양쪽 루프 패널을 탈착하는 형태의 T 탑 (T-Top)
T 탑은 지붕 중앙에 고정된 T자형 보강 구조를 남겨 두고, 좌우 양쪽의 루프 패널을 탈착할 수 있게 만든 반개방식 설계입니다. 1968년형 C3 세대 쉐보레 콜벳 쿠페에 최초로 도입되어 컨버터블 규제에 대응한 대안으로 등장했습니다. 차량 윗부분의 중앙 바를 유지하기 때문에 구조적 강성을 확보할 수 있었고, 두 조각의 지붕판을 제거하면 마치 컨버터블처럼 시원한 개방감을 제공했습니다. 이 디자인은 1970년대부터 80년대까지 미국의 스포츠카와 머슬카에 주로 사용되었고, 대표 차종은 폰티악 트랜스암이 있습니다. 닛산 300ZX 등의 차량에서도 채택했지만, 이후 콜벳은 1984년부터 전면이 통째로 열리는 타르가 형태로 전환되어 T 탑은 한 시대를 풍미한 독특한 오픈카 스타일로 남게 되었습니다.

[5] 폰티악 파이어버드 트랜스암

2인승 오픈탑 형태의 로드스터 (Roadster)
로드스터는 본래 2인승의 경량 오픈탑 스포츠카를 가리키며, 전통적으로 최소한의 차체와 간이창만 갖춘 심플한 컨버터블을 의미합니다. 현대적인 관점에서는 로드스터도 컨버터블의 일종이지만, 고전적 정의에 따르면 측면 창문이 생략되는 등 쿠페에 준하는 완전 밀폐 구조를 갖추지 않은 경우도 많았습니다. 1950~60년대 영국의 MGA, 트라이엄프 TR 시리즈나 AC 코브라 같은 모델들은 사실상 문에 유리창이 없는 순수 로드스터였습니다.

[6] AC 코브라 로드스터

이탈리아식 명칭의 스파이더 (Spider)
스파이더는 이탈리아어권을 중심으로 쓰이는 오픈카 명칭으로, 가볍고 개방적인 2인승 스포츠카를 지칭합니다. 원래 18~19세기 마차 시절 바퀴 모양이 거미처럼 가늘었다는 이유로 뚜껑 없는 경량 마차에 붙은 이름이 자동차에도 계승된 것입니다. 페라리, 람보르기니, 알파로메오 등 유럽 제조사들은 자신들의 컨버터블 모델에 흔히 이 ‘스파이더’라는 명칭을 사용해 왔습니다. 페라리 488 스파이더나 람보르기니 우라칸 스파이더처럼, 차량 이름에 스파이더를 붙이면 곧 오픈탑 스포츠카의 정체성을 나타냅니다.

[7] 람보르기니 우라칸 스파이더

유럽식 오픈카 형태의 카브리올레 (Cabriolet)
카브리올레는 프랑스어 유래의 오픈카 용어로, 미국식 표현인 컨버터블과 거의 같은 의미로 쓰입니다. 독일어권 등지에서도 동일한 뜻으로 사용되며 줄여서 ‘카브리오’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20세기 후반 유럽에서는 폭스바겐 골프 카브리올레처럼 소형차에도 컨버터블 모델이 활발히 출시되어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처럼 카브리올레라는 명칭은 주로 유럽 제조사들의 4인승 오픈카에 많이 붙는데, 롤스로이스 팬텀 드롭헤드 쿠페 혹은 던과 같은 차량들도 구조적으로는 카브리올레입니다.

[8] 메르세데스 벤츠 C300 카브리올레

뒷좌석만 개방하는 형태의 랜덜렛 (Landaulet)
랜덜렛은 특수한 형태의 오픈카로, 차량 뒷좌석 부분만 지붕이 열리고 운전석 쪽은 고정식인 디자인을 말합니다. 주로 리무진이나 의전 차량에서 볼 수 있는 양식으로, 귀빈이 뒷좌석에 탑승한 채 행사나 퍼레이드에서 모습을 드러낼 때 쓰이곤 했습니다. 메르세데스 벤츠 600 풀만 랜덜렛(1965)은 대통령과 교황 등 주요 인사들의 의전 차량으로 활용되었고, 2000년대에는 메르세데스 마이바흐가 62 랜덜렛 모델을 한정 생산하기도 했습니다. 랜덜렛은 앞좌석 위 지붕을 남겨 구조 강성을 확보하면서도, 필요 시 귀빈석만 오픈시킬 수 있는 독특한 컨버터블 방식으로 역사에 남아 있습니다.

[9] 1965년식 메르세데스 벤츠 풀만 600 랜덜렛

최소한의 지붕 형태의 스피드스터 (Speedster)
스피드스터는 성능과 스포티함에 초점을 맞춰 최소한의 장비만 갖춘 오픈카를 일컫는 명칭입니다. 1950년대 포르쉐 356 스피드스터가 그 원조 격으로, 일반 카브리올레보다 훨씬 낮은 앞유리와 간략한 천장을 갖춰 무게를 줄이고 공기저항을 감소시켰습니다. 당대 스피드스터 모델들은 도어 유리창이나 난방장치도 생략하는 등 철저히 주행 감각에 집중한 사양이었고, 악천후 시에는 임시 방수포를 덮는 정도로만 대비했습니다. 이러한 콘셉트는 매니아층의 호응을 얻어 포르쉐는 이후에도 1989년과 2019년에 911 스피드스터를 한정 생산하며 스피드스터 전통을 부활시켰습니다. 이탈리아어로 ‘작은 보트’라는 뜻의 바르케타(Barchetta) 역시 스피드스터와 거의 동일한 구성이며, 유리창이나 지붕은 물론이고 전면 윈드실드조차 찾아볼 수 없는 페라리 몬자 SP는 바르케타에 속합니다.

[10] 포르쉐 356A 스피드스터 / [11] 페라리 몬자 SP2